Our English DaysRICH · DADDYON

2026-08-17 · 9분 소요

아이가 영어로 물어봤는데 저도 바로 답을 못 할 때

리치 캐릭터

작성자 두 아이와 3년째 엄마표 영어를 실천하며 시행착오와 생활 속 루틴을 기록합니다.

얼마 전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희원이가 손가락으로 한 단어를 짚으며 "엄마, 이거 무슨 뜻이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처음 보는 단어였어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예전 같으면 대충 얼버무리고 다음 장으로 넘어갔을 텐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 이건 엄마도 모르는 단어네. 우리 같이 찾아볼까?"라고 말했더니, 희원이가 오히려 신나서 태블릿을 가져왔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게 아이에게 오히려 더 좋은 신호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림책 속 단어를 가리키며 질문하는 아이와 당황한 엄마 마스코트

먼저 기억할 세 문장

갑자기 질문을 받았을 때 길게 설명하려고 하면 저도 더 당황했습니다. 지금은 아래 세 문장만 기억해둡니다.

  1. 인정하기: "엄마도 이 단어는 정확히 모르겠어."
  2. 함께 확인하기: "그림을 먼저 보고 뜻을 추측해볼까?"
  3. 후속 약속하기: "지금 못 찾으면 엄마가 확인해서 다시 알려줄게."

정답을 바로 주는 것보다, 모르는 상태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예전엔 이렇게 대처했습니다

3년 전만 해도 저는 아이 앞에서 모른다고 말하는 걸 굉장히 꺼렸습니다. "엄마표 영어를 하는 사람이 단어를 모르면 안 되지 않나"라는 이상한 압박감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얼버무리며 대충 뜻을 지어내거나, 아예 그 페이지를 서둘러 넘겨버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희원이가 점점 눈치를 채더라고요. 제가 대답을 피할 때마다 표정이 살짝 흔들린다는 걸요. 나중엔 아예 질문 자체를 줄이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태도를 바꾸게 된 계기

그러다 제가 회사 일 때문에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발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업무 화상회의 표현을 연습하다 보니 "We haven't identified the exact cause yet"나 "We'll follow up with you"처럼, 모르는 걸 당당하게 인정하고 나중에 확인해서 알려주는 표현이 오히려 훨씬 전문적으로 들린다는 걸 배웠거든요. 순간 이 원칙이 아이를 대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과, 무능하게 보이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지금 저희 집이 하는 방식

먼저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엄마도 모르는 단어야"라고 있는 그대로 말합니다. 처음엔 이 말이 아이의 신뢰를 깎아먹을까 봐 걱정했는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아이는 어른도 모든 걸 다 알지는 못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같이 찾아봅니다

사전 앱이나 그림 상황을 보고 함께 뜻을 유추해봅니다. 정답을 바로 알려주기보다, "그림을 보니까 벌레 같은데?"처럼 같이 추측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려고 합니다. 희원이는 이 과정에서 뜻을 유추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태블릿 사전으로 함께 단어를 찾아보는 엄마와 아이 마스코트

나중에라도 꼭 다시 알려줍니다

그 자리에서 못 찾았다면, 나중에 확인한 뒤 반드시 다시 이야기해줍니다. "아까 물어봤던 그 단어, 찾아봤는데 '애벌레'래"처럼요. 이 작은 후속 확인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아이가 "물어보면 언젠가는 답을 들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답을 찾아와서 아이에게 알려주는 엄마 마스코트

희원이와 희주, 질문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희원이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 손을 들고 질문하는 편이고, 답을 찾을 때까지 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반면 희주는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일단 넘어가고, 나중에 관련 상황이 다시 나왔을 때 불쑥 물어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희주에게는 질문을 안 해도 괜찮다는 걸, 희원이에게는 답을 못 찾아도 괜찮다는 걸 각각 다르게 말해주는 편입니다.

책을 덮기 전 확인하는 작은 체크리스트

  • 모르는 뜻을 아는 척하지 않았는가
  • 아이가 먼저 그림과 문맥을 살펴볼 시간을 줬는가
  • 사전에서 찾은 뜻이 지금 문장에 맞는지 다시 읽어봤는가
  • 그 자리에서 해결하지 못한 질문을 메모했는가
  • 나중에 찾은 답을 아이에게 다시 알려줬는가

질문에 답한 뒤 그 표현을 놀이에서 다시 사용해보고 싶다면 소꿉놀이·인형놀이 속 영어 아웃풋 기록처럼 인형에게 같은 문장을 말해보는 방법도 연결하기 좋았습니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의 힘

돌아보면 제가 완벽한 척했던 시기보다,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같이 찾아보기 시작한 뒤부터 아이들이 오히려 더 많이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답을 즉시 주는 부모보다, 모르는 걸 인정하고 같이 답을 찾아가는 부모가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완벽한 영어 실력을 갖추는 것보다, 모를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아이의 질문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다시 배웠습니다.

찾아본 뒤에는 한 문장만 다시 말합니다

뜻을 확인한 뒤 긴 설명을 덧붙이기보다, 책 속 문장을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아이가 바로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질문이 나온 장면을 좋은 기억으로 남기는 것이 다음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