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디온 #6 · 2026-08-28 · 24분 소요
죽은 동료의 AI가 계속 일한다면? 2026년 ‘디지털 부활’이 묻는 것
작성자 대디온원어민 1:1 수업에서 배운 영어를 아이와의 생활 대화로 연결하는 아빠입니다.
내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나처럼 일하는 AI’가 남아 있다면 어떨까요?
회의에서 자주 쓰던 표현, 코드를 짜는 순서, 고객을 설득하는 방식, 실수했을 때 문제를 푸는 습관까지 복제한 디지털 동료가 계속 업무를 처리합니다. 처음에는 훌륭한 인수인계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그 AI가 회사의 수익을 만들기 시작하면 질문이 달라집니다.
그 판단은 누구의 것일까요? 내가 남긴 업무 기록은 회사의 자료일 수 있지만, 그 기록에서 추출한 ‘나의 일하는 방식’까지 회사가 소유할 수 있을까요?
링글 교재 **“AI Virtual Resurrection: When Your Work Outlives You”**를 읽으며 처음에는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기술에 관한 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불편하게 다가온 부분은 죽음보다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지금 살아 있는 직장인도 자신의 업무를 자동화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그 결과물이 언젠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문제였습니다.
이 글은 링글 수업 교재를 바탕으로 대디온이 이해한 내용을 다시 정리한 학습 기록입니다. 교재 원문을 옮기지 않고 프로젝트 원본, 2026년 연구, 한국과 해외의 실제 사례 및 AI 투명성 제도를 함께 확인했습니다.
2026년 중국에서 ‘동료를 AI로 증류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2026년 중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Colleague Skill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동료가 남긴 채팅, 이메일, 문서, 화면 캡처 같은 디지털 흔적과 그 사람의 성격에 관한 설명을 넣으면, 업무 지식과 말투를 모방하는 AI 스킬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프로젝트가 처음 말한 departed colleague는 반드시 사망한 동료를 뜻하지 않습니다. 퇴사하거나 팀을 옮겨 더 이상 함께 일하지 않는 동료도 포함합니다. 즉 출발점은 추모가 아니라 지식 이전과 업무 자동화였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곧 동료를 넘어 가족, 친구, 유명인과 자기 자신까지 ‘증류’하는 dot-skill로 확장됐습니다. 공식 저장소에 따르면 2026년 6월까지 커뮤니티에는 215개의 스킬과 165명의 기여자가 모였고, 8월에는 프로젝트 자체가 GitHub 별 2만 개를 넘었습니다.
사람들이 웃으며 공유한 이유는 아이디어가 기발해서였겠지만, 동시에 현실을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직장인이 AI로 보고서를 쓰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매뉴얼로 바꾸라는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어느 순간 나 없이도 회사가 돌아가게 만드는 작업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The project struck a nerve because it turned a workplace anxiety into working code.
그 프로젝트는 직장인의 불안을 실제로 작동하는 코드로 만들었기 때문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왔다.
업무 매뉴얼과 ‘나의 판단 방식’은 같은 것일까?
회사에서 만든 코드와 문서는 보통 회사의 자산입니다. 퇴사 전에 업무를 정리하고 동료에게 넘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책임입니다. 문제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문서 보관을 넘어선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의 인수인계 문서는 내가 이미 내린 판단을 기록했습니다. AI 복제본은 그 자료를 바탕으로 내가 하지 않은 새로운 판단까지 만들어냅니다. 나의 말투로 답하고, 나의 습관을 흉내 내며, 마치 내가 승인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를 계속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제가 회사를 떠난 뒤 AI가 “대디온이라면 이렇게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솔직히 불편할 것 같습니다. 과거 기록은 과거의 저를 보여줄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도 달라지고, 당시에는 없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저 자신도 모릅니다.
그래서 업무용 AI 복제에는 최소한 다음 질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어떤 자료가 학습에 사용되는지 당사자가 알고 동의했는가?
- 퇴사 후에도 복제본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가?
- AI가 만든 판단을 실제 당사자의 의견처럼 표시하지 않는가?
- 복제본이 수익을 만들면 보상이나 사용 중단 권리가 있는가?
- 원한 적이 없던 용도로 확장되지 않는가?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사용할 권리까지 자동으로 주지는 않습니다.
퇴사한 동료에서 사망한 사람으로 넘어가는 순간
Colleague Skill과 ‘AI 부활’은 동일한 기술은 아닙니다. 하지만 둘 다 한 사람의 채팅, 문서, 사진, 음성과 영상을 재사용 가능한 데이터로 바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25년 학술지 《New Media & Society》에 발표된 연구는 미국, 유럽, 중동과 동아시아의 AI 부활 사례 50건을 분석했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눴습니다.
- 사망한 유명인을 공연과 콘텐츠로 다시 등장시키는 방식
- 폭력 피해자나 역사적 인물을 정치·사회적 메시지에 사용하는 방식
- 가족이 챗봇이나 영상으로 고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
연구진은 그 이면의 경제 활동을 spectral labor, 즉 ‘유령 노동’이라고 불렀습니다. 고인이 남긴 사진, 영상, 목소리와 감정적 관계가 본인의 동의 없이 추출되고 유통되며 돈을 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표현이 강하게 느껴진 이유는 고인이 단순히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말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진 한 장을 보관하는 것과 고인의 얼굴이 광고 문구를 말하게 하는 것은 같은 추모가 아닙니다.
A memory preserves what someone did. A digital replica can make them do something new.
기억은 그 사람이 했던 일을 보존하지만, 디지털 복제본은 그에게 새로운 일을 시킬 수 있다.
2026년 한국에서 AI 추모 영상이 현실이 됐다
이 문제는 해외의 먼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6년 여름 AP통신은 한국에서 사망한 가족의 모습을 AI 영상으로 재현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 이용자는 아버지에게 선물하기 위해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디지털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영상 속 할아버지는 생전에 하지 못했던 사과와 사랑의 말을 전했습니다. 대본은 손자가 직접 썼습니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보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영상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 사례를 단순히 기괴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족에게 실제 위로가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 못한 말을 대신 전하고, 기억을 함께 나누게 하는 기술에는 분명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따뜻한 목적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고인은 그 대본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이 가족 안에서 한 번 재생되는 것과, 서비스 회사의 홍보 영상으로 사용되거나 온라인에 계속 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가족이 고인을 기억하기 위한 제한적인 사용에는 비교적 열려 있습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합의, AI 생성물이라는 명확한 표시, 상업적 재사용 금지입니다.
법정에서 죽은 사람이 용서를 말했다
2025년 미국 애리조나주 법정에서는 교통 시비로 숨진 크리스토퍼 펠키의 AI 아바타가 가해자의 선고 절차에 등장했습니다. 그의 여동생이 고인의 성격과 가족·친구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본을 썼고, 영상 속 디지털 펠키는 가해자에게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가족에게는 고인의 인품을 전달하는 강력한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정은 추모 공간만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자유를 제한할 형량을 결정하는 장소입니다. 실제로 판사는 영상을 긍정적으로 언급했고 피고인에게 검찰 구형보다 긴 법정 최고형을 선고했습니다. 변호인은 곧 항소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이 사례가 어려운 이유는 영상이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도, 고인의 진짜 진술이라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이 고인을 잘 알았더라도 최종 문장은 살아 있는 사람이 썼습니다. 감정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얼굴과 목소리가 붙는 순간, 우리는 대본의 작성자를 잊기 쉽습니다.
The avatar may reflect the family’s memory, but it cannot provide the deceased person’s consent.
아바타는 가족의 기억을 반영할 수 있지만, 사망한 당사자의 동의를 제공할 수는 없다.
동의가 있으면 디지털 부활은 괜찮을까?
2026년에는 반대 사례도 등장했습니다. 사망한 배우 발 킬머의 AI 복제본이 독립영화에 출연하게 됐습니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생전에 해당 영화에 참여하기로 했지만 건강 문제로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사망 후 유족이 디지털 복제 사용을 허락했고 보상도 받았습니다.
완벽하게 논란이 없는 사례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생전 의사, 유족의 허락, 사용 목적, 보상이라는 요소가 확인됐습니다. 무단으로 고인의 얼굴을 광고에 붙이는 사례와는 윤리적 무게가 다릅니다.
2026년 6월 발표된 ‘디지털 고스트’ 윤리 연구도 비슷한 방향을 제안합니다. 연구진은 디지털 사후세계 기술을 평가할 때 동의, 재현의 정확성과 AI 표시, 사용 목적을 사실상 넘지 말아야 할 1차 조건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밖에도 데이터 출처, 공개 범위, 소유와 관리 주체, AI의 자율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국 핵심은 “죽은 사람을 AI로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무엇을 위해, 어떤 동의를 받고,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2026년 AI 표시 의무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
한국에서는 2026년 1월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됐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제품·서비스는 이용자에게 AI 사용 사실을 알리고, 딥페이크 등 AI 생성물에는 알아볼 수 있는 표시를 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유럽연합도 2026년 8월부터 AI법의 딥페이크 투명성 규정을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표시는 필요합니다. 영상 속 사람이 실제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로 만들었습니다”라는 표시는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라는 뜻이 아닙니다.
투명성은 첫 단계일 뿐입니다. 고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누가 통제하는지, 생전에 거부할 수 있었는지, 유족 중 누가 결정하는지, 서비스가 종료되면 데이터가 삭제되는지까지 별도의 규칙이 필요합니다.
업무 복제도 마찬가지입니다. AI 답변이라는 표시가 있더라도 동료의 개인 메시지와 습관을 허락 없이 학습했다면 문제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내가 남길 디지털 유언에는 무엇을 써야 할까?
이 글을 쓰며 가족에게 사진과 계정 비밀번호만 남기는 것으로는 부족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내 데이터를 이용해 무엇을 만들어도 되는지도 남겨야 할지 모릅니다.
제 기준은 지금 이렇습니다.
- 가족이 개인적으로 보는 추모 영상은 허용할 수 있습니다.
- 제가 실제로 하지 않은 말을 제 목소리로 공개하는 것은 원하지 않습니다.
- 광고, 정치적 메시지와 회사 업무에 제 디지털 복제본을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습니다.
- 아이들이 원하지 않으면 어떤 추모 AI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 AI 복제본은 언제든 삭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보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선택할 기회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의 사진과 목소리를 부모가 온라인에 많이 남기는 문제도 여기서 연결됩니다. 지금 올린 영상이 미래에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아이의 얼굴, 목소리와 성격을 모방하는 학습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가 공유할 권리보다 아이가 훗날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을 결정할 권리를 먼저 생각해야겠습니다.
오늘 건진 영어 표현 5개
1. outlive someone
사람보다 더 오래 남거나 지속된다는 뜻입니다.
Our work may outlive us in the form of an AI agent.
2. strike a nerve
사람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문제를 정확히 건드린다는 표현입니다.
Colleague Skill struck a nerve among workers worried about automation.
3. digital remains
사람이 남긴 메시지, 사진, 음성, 영상과 계정 같은 디지털 흔적을 뜻합니다.
A griefbot is often trained on a person’s digital remains.
4. without consent
당사자의 동의 없이 무언가가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A person’s voice should not be used for advertising without consent.
5. draw the line
허용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정할 때 사용합니다.
We need to draw the line between remembrance and exploitation.
대디온의 60초 말하기 연습
오늘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Should a company be allowed to keep using an AI version of a former employee?
먼저 원고를 보지 않고 말한 뒤 다음 답변과 비교해봤습니다.
“A company should preserve useful documents and procedures, but it should not automatically own a digital copy of an employee’s personality and judgment. An AI replica can generate new decisions in the employee’s style, even after that person leaves or dies. This creates questions about consent, payment, accuracy, and the right to delete the replica. I would allow limited use only when the person clearly agreed to the purpose, data sources, duration, and compensation. The AI must also be labelled so that nobody mistakes its words for the real person’s opinion.”
답변의 흐름은 허용할 부분 → 달라진 기술 → 발생하는 권리 문제 → 허용 조건 → 투명성입니다. 무조건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보다 조건을 붙여 의견을 말할 때 활용하기 좋았습니다.
아이와는 이렇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죽음과 기술을 무겁게 설명하기보다, 사진과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부터 물어보려 합니다.
Can I post your photo without asking you?
네게 물어보지 않고 네 사진을 올려도 될까?
An AI copy can sound like a person, but it is not that person.
AI 복제본은 사람처럼 말할 수 있지만 그 사람 자체는 아니야.
You can say no when someone wants to use your face or voice.
누군가 네 얼굴이나 목소리를 사용하려 할 때 싫다고 말할 수 있어.
아이에게 AI를 무서워하게 만들기보다, 자신의 정보와 모습에 대해 동의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오늘의 대디온 한 문장
Keeping someone’s knowledge is not the same as owning their identity.
누군가의 지식을 보존하는 것과 그 사람의 정체성을 소유하는 것은 다릅니다.
AI는 사람의 일을 이어가고, 목소리를 되살리고, 가족에게 위로를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의도와 뛰어난 기술만으로 사용 권한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순합니다. 살아 있을 때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사용 범위를 정할 수 있어야 하며, 마음이 바뀌면 멈출 수 있어야 합니다. 죽은 뒤에도 일하는 AI를 만들기 전에, 살아 있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야 합니다.
참고한 자료
- 링글 수업 교재: AI Virtual Resurrection
- GitHub: Colleague Skill / dot-skill 프로젝트
- COLLEAGUE.SKILL 기술 보고서
- New Media & Society: Artificially alive—AI resurrections and spectral labor
- Ethics and Information Technology: The making of digital ghosts
- AP: 한국에서 확산되는 고인 AI 추모 영상
- AP: 애리조나 법정에 등장한 AI 피해자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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