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20 · 9분 소요
토익 700점대인 제가 엄마표 영어를 계속하는 이유
작성자 리치두 아이와 3년째 엄마표 영어를 실천하며 시행착오와 생활 속 루틴을 기록합니다.

엄마표 영어를 시작하기 전, 저를 가장 오래 붙잡았던 생각은 "나는 영어를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에게 영어를 노출시킬 수 있을까"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로 영어를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토익 점수도 700점대에서 멈춰 있었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 걱정이 얼마나 불필요했는지를 매일 느끼고 있습니다.
부모의 실력과 아이의 노출은 다른 문제
처음엔 "내가 잘해야 아이도 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부모의 완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 꾸준한 노출 환경이었습니다. 오디오북, 원어민 음원, 영상 콘텐츠를 활용하면 부모의 실력과 무관하게 훌륭한 소리 자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제 역할은 그 자료들을 매일 아이 곁에 놓아주는 것이었을 뿐입니다.
오히려 도움이 됐던 저의 부족함
역설적으로, 제 영어가 완벽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 순간도 있었습니다. 제가 단어를 몰라서 "이건 뭐지? 같이 찾아볼까?"라고 물었을 때, 희원이는 저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거워했습니다. 완벽한 선생님보다, 같이 배우는 동료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발음에 대한 걱정, 실제로는 어땠나
처음엔 제 발음 때문에 아이의 발음이 이상해질까 봐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원어민 음원과 영상을 충분히 접한 희원이와 희주는, 제가 발음이 서툴러도 자기들끼리 자연스러운 억양으로 따라 말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다양한 소스에서 소리를 흡수한다는 걸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래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있다
영어 실력이 필요 없다고 해서 부모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건 아닙니다. 대신 필요한 건 다음과 같은 역할입니다.
- 매일 노출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
-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흥미에 맞춰 콘텐츠를 조정하는 것
- 아이가 시도할 때 옆에서 반응해주고 함께 즐기는 것
이 세 가지는 영어 실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처럼 자신 없는 분들께
만약 저처럼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엄마표 영어를 망설이고 있다면, 그 걱정은 실제 필요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에 있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완벽한 영어 실력이 아니라, 오늘 하루 15분을 아이와 함께 보낼 여유가 더 중요합니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제 발음이나 문법 실력이 아이들의 영어 노출에 걸림돌이 된 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았을 때, 루틴이 훨씬 오래 지속됐습니다.
제 영어 실력이 오히려 늘고 있어요
의외의 부수 효과도 있었습니다. 3년째 아이들과 함께 영어 그림책과 영상을 접하면서, 제 영어 실력도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대학 이후로 손도 대지 않았던 영어를 매일 조금씩 다시 마주하다 보니, 예전엔 몰랐던 표현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이 저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생각지 못한 보너스였습니다.
자신감이 없을 때 스스로에게 했던 말
시작 초반엔 "내가 이걸 할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스스로에게 "내가 완벽한 선생님이 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좋은 자료를 곁에 놓아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고 되새겼습니다. 이 생각의 전환이 제가 3년을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엄마들을 보며 느낀 것
주변에는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하는 엄마들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런 분들과 저를 비교하며 위축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다른 걸 발견했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엄마들도 결국 아이가 흥미를 잃으면 똑같이 고민하고, 루틴이 무너지면 똑같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모의 영어 실력이 아이의 흥미나 꾸준함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여러 사례를 지켜보며 확인했습니다.
지금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말을 그대로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실력보다 오늘 하루의 15분이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젠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희원이와 희주가 나중에 자라서 "엄마는 영어도 잘 못하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어?"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잘하지 못해도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답해주고 싶습니다. 완벽한 실력을 보여주는 것보다, 부족한 모습 그대로 곁에서 함께 노력한 시간이 아이에게 더 오래 남는 기억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모르는 표현은 이렇게 넘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 앞에서 막히면 예전에는 대충 뜻을 만들어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엄마도 이건 확실하지 않네. 책을 다시 보자”라고 말합니다. 바로 답을 주는 것보다 함께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제게도 부담이 덜했고, 아이도 모르는 것을 물어봐도 된다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아이가 영어로 물어봤는데 저도 바로 답을 못 할 때에서 이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적었습니다.